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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酒禮)를 아십니까?

건강약초

by 낮부엉이 2011. 11. 3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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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를 앞두고 송년모임등 많은 만남의 술자리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올바른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서러도 우리가 배운 주례(酒禮)는 어떻게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린매거진에서 옮겨본다.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는 주례, 즉 술자리 예법을 강조하는 말이다. 술자리에서 무슨 예절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종 때부터 엄연히 향음주례는 관혼상제와 함께 6례의 하나였다. 중국에서는 ‘주법(酒法)’이라 표현하고, 일본에서는 ‘주도(酒道)’라 표현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예의를 강조하여 ‘주례(酒禮)’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멋과 풍류를 즐기던 우리 술 문화를 이어가 바람직한 음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술 마시는 ‘예의’는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술자리의 예법, 술을 마시는 방법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듯하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와인 마시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다. 인기 포털사이트에서 ‘와인’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와인 마시는 법’이 등장할 정도이다. 체온에 의한 맛의 변화가 생길 수 있으니 다리가 있는 잔을 사용해야 한다거나, 잔의 2/3 이하로 술을 따라야 한다는 기본적인 것부터, ‘신의 물방울’이라는 유명 만화를 통해서 알려진 멋들어지게 와인을 따르는 모습까지 와인을 마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 고유의 술자리 예절을 생각해 보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술을 마시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금방 생각나는 것이 바로 ‘잔 돌리기’이다. 어르신들이 예전부터 해왔으니 전통 주례 같기는 한데, 정말 그런지 의문이 생긴다. 세종대왕 때의 향음 주례에는 ‘주인은 반드시 술잔 하나로 술을 돌려가며 손님에게 권하고, 잔이 바뀔 때마다 잔을 물에 씻는다. 이는 술자리의 총화를 이루고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술잔을 돌리는 것은 우리 조상의 전통주례였고 위생적이었음을 대변해주는 구절이다.

 

잔을 돌리며 마시는 주법을 수작(酬酌)이라고 한다. 수작 문화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도 우리와는 다르지만 독특한 주례가 있는경우가 많다. 중국의 경우 상대방에게 술을 계속 부어주는 것이 예의이다. 즉 술자리에서 예의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첨잔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상대방의 술잔이 비어 있지 않게 항상잔을 가득 채워 주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본인이 마시고 싶은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먼저 한잔을 권해야 하지만, 일본의 경우 잔을 권하는 음주 방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술을 마시면서 ‘자작하지 마라’라는 말을 자주하지만, ‘자작(自酌)’도 엄연히 하나의 술 문화이다. 개인주의 문화가 강한 유럽에서는 스스로 마시는 양과속도를 조절하는 자작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대작(對酌)’이라고 하여 각자 술을 따라 건배를 한 후 마시고 싶은 양만큼 마시는 문화가 퍼져 있다. 몽골에서는 한 잔에 술을 가득 따라 돌려가며 마시는 ‘환배(還杯)’라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국제법상 지구 상에는 242개의 국가가 존재한다고 한다. 엄청나게 많은 수이지만, 술의 종류는 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다양하다. 그러므로 모든 종류의 술에 대한 주례를 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주례의 기본은 ‘그 술을 가장 맛있게’ 마시되, 술자리에 있는 사람 모두가 ‘유쾌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술의 종류에 따라서 술을 마시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고, 호스트가 먼저 맛을 본다든지 잔을 돌린다든지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선조 후기 의주에 임상옥(林尙沃, 1779~1855)이라는 무역상이 있었다. 국경지방에서 인삼무역을 독점하는 등 천재적인 상업 수완을 발휘하여 거부가 된 인물이었다. 이 임 부자의 환갑잔치에 평안 감사가 초대되었다. 임 부자는 귀한 손님인 감사에게 술잔을 권하기위하여 특별히 서울에서 옥같이 곱고 아름다운 술잔을 구해왔다. 그리고 이 잔에다 명주 감홍로(甘紅露)를 가득히 부어 올렸다.

그런데 술잔에 술이 가득 넘치는 순간 술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술이 따르면 없어지고 거듭 따르면 없어지자 우선 다른 잔으로 수습하고 잔치를 끝냈다. 그날 밤 임 부자는 이 술잔에 물을 부어보았다. 신기하게도 술잔에 물이 가득 차기만 하면 물이 바닥으로 새어서 없어지는 것이다. 임 부자는 이 요사스러운 술잔을 목침으로 깨 버렸다. 그러자 그 안에서 깨알만 한 글씨로 다음과 같은 글귀가 발견되었다.
 

  가득 채워 먹기를 조심하라, 너와 함께 죽을 것이다.

戒盈祈願 與爾同死

- 을묘(乙卯) 4월 8일 분원(分院) 우명옥(禹明玉)

 

 그런데 임 부자의 환갑날이 바로 4월 8일이었으니 수소문을 해보자 그 잔이 깨지던 날 우명옥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알아본즉슨 강원도 홍천 땅에서 질그릇을 구우며 살던 우삼돌(禹三乭)이라는 자가 광주 땅으로 사기 굽는 일을 배우러 왔었다. 그 실력이 뛰어나 반상기(飯床器)를 임금님께 진상하게 되어 스승이 ‘명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친구들 이 그의 실력과 명예를 시기하여 주색(酒色)의 구렁으로 그를 빠뜨렸다. 우명옥은 주색으로 밑천을 탕진하고 장사를 하기 위하여 배를 탔으나 해적 떼와 풍랑에 고생을 하고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심기일전하여 고행수련을 거쳐 완성한 것이 바로 임 부자에게 전달한 계영배(械盈杯)라는 것이다.
 

계영배의 원리는 무엇일까? 계영배는 잔 중앙에 탑 모양으로 된 기둥을 만들어 세우고 그 위에는 꽃송이를 앉혔는데, 기둥 안에는 물이 흘러내릴 수 있는 관이 꽃송이 바로 밑에까지 뚫려 잔 바닥으로 통하고 있다. 술이나 물을 부으면 꽃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액체의 높이가 관보다 높아지면 사이펀(siphon) 원리에 의해 액체가 그 관을 통하여 나오게 되는 것이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속뜻을 가진 계영배가 주는 교훈과는 상관없이 호기심에 ‘어디 정말 토해내는지 보자!’라며 술이나 물을 부어보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이 계영배는 우리의 술 문화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보통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이 마신다. 1차,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는 직장 회식의 전형이 되어 버렸다. 원샷을 외치며 술잔 가득 넘치도록 따른 잔을 단숨에 비워내는 버릇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독하고 쓴 맛의 희석식 소주가 국민주가 되다 보니 그것을 입에 머금고 음미할 여유도 사라진 것이리라. 경계할 것. 정도를 넘은 즐거움은 독이 된다. _출처 : 술래잡기 2011. 05. 강연근 외 1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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